오늘은 행복여행 외전(外傳), 혹은 번외(番外)강좌라 할만한 내용입니다.
하지만 그냥 듣고 흘릴 내용이 아니고 우리 삶에 큰 도움을 줄 내용입니다.
널리 알려 같이 봐주시기 바랍니다.
스스로 그러하게
밤새 비 내린 아침
옥수수 거친 밑동마다
애기 손톱만한 싹이 돋아났다
지가 잡초인 줄도 모르고
금세 뽑혀질지도 모르고
어쩌자고 막무가내로 얼굴 내밀었나
밤새 잠도 안 자고 안감힘을 썼겠지
푸른 심줄 투성이 저 징그러운 것들
생각하니 눈물난다
누구 하나 건드리지 않고
무엇 하나 요구하지 않고
스스로 그러하게 솟아오른 저 순한 새순 앞에
우리네 시끌벅적한 생애는 얼마나 엄살투성이인가
내가 인간으로 불리기 전에도
내 잠시 왔다가는 이승의 시간 이후에도
그저 그러하게 솟았다 스러져갈 뿐인 네 앞에
너의 부지런한 침묵 앞에
이 순간 무릎 꿇어도 되겠는가
- 김해자